임상심리학의 새로운 도약을 향해
제62대 한국임상심리학회 회장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의 최승원입니다. 한국 심리학 모든 분과 중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임상심리학회의 수장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지는 지금입니다.
제가 이 공부를 시작하던 시기의 교수님과 선배님들은 임상심리학의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덕담을 해주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분들도 수없이 들어오셨을 것입니다. 임상심리학은 지난 50년간 곧 온다는 임상심리학의 황금기를 기다리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임상심리학의 황금기입니다. 국가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어 국민들의 심리상담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경제적 문제로 심리치료를 받지 못하던 많은 사람들이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보십시오. 마음을 치유 받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이 상담예능인 토크콘서트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토크 콘서트는 이미 방송가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대형서점에는 심리학 도서 코너가 인문사회학의 그 어느 분야보다도 눈에 잘 뜨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곳에는 마음치유와 성장을 주제로 하는 수많은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어쩌면 심리학의 황금기는 이미 도래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요? 왜 우리는 이 황금기를 체험하고 있지 못한 것일까요? 그것은 임상심리학 분야에 피어나기 시작한 과실들을 우리가 아닌 다른 인접 전문가들이 가져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임상심리학 분야의 시장이 확장되기만을 기다리며 열심히 공부하고 기량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이 확장될 때 국민들이 임상심리학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련 직업분야의 인력들이 스스로 심리상담의 전문가라 주장할 때 그들 주장의 허구성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대국민 홍보 채널을 갖추는데 소홀했습니다. 이러한 준비 부족은 임상심리학의 황금기에 임상심리학 전공자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작금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임상심리학의 전문가입니다. 무언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수용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 62대는 선대가 미뤄두었던 작업에 집중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임상심리학 본연의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겠습니다. 인공지능시대에 공존할 수 있는 심리평가 업무의 재설계에 착수하겠습니다. 심리치료의 교육-수련-학술부문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그 어떤 관련단체도 넘볼 수 없는 수월성의 증거를 확보하겠습니다. 연구력의 강화와 함께 대국민 홍보를 결합시켜서 임상심리학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위기는 발전을 위한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위기를 한국임상심리학회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의원 및 회원 여러분들의 동참이 필요합니다.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먼저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일방적인 통보를 하기보다는 회원들을 찾아가 집행부의 의도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겠습니다. 임상심리학의 새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