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 사진
존경하는 한국임상심리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57대 한국임상심리학회장 고영건입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7,800여 명의 회원들이 다양한 전문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임상심리학회의 회장으로서 막상 인사 말씀을 드리려 하니, 그 밀려드는 막중한 책임감이 새삼 실감 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는 지난 1년간 차기 회장으로서, 송현주 회장님을 비롯한 56대 임원진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우리 학회의 출중한 전문회원분들이 제57대 임원진으로 흔쾌히 참여해 주셔서, 이렇게 학회장으로서 용기를 내어 새로운 출발을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무엇보다도 송현주 회장님과 제56대 임원진 그리고 제57대 임원진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버드(Harvard) 대학 졸업생의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그랜트 스터디 연구책임자였던 베일런트(Geoge E. Vaillant) 교수는 심리학 연구를 통해 깨닫게 된 삶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습니다. “과학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숫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정신과적인 진단을 내리기에는 너무나도 가슴 저리는, 책으로 묶기에는 그 자체로 영원불멸한…” 저는 이것이 임상심리학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심리학이야말로 ‘심리학의 정수’라는 믿음 하에 제가 처음 임상심리학회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26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한국임상심리학회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아마도 그 비결은 학회원들이 다양한 사회적 난제들에 대해 마음을 모아 슬기롭게 대처해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임상심리학회의 앞길에는 다양한 난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이 난립함으로써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전문영역에서 일하는 학회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학회 차원의 지원책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임상심리학 모델을 개척해 나가는 시대적인 소명도 적극 실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한국임상심리학회장으로서 저는 저와 제57대 임원진에게 주어진 1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학회를 이끌어 가는 데 적극 투자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 사회에서 ‘한국임상심리학회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헌신하고자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임상심리학은 그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 학회원들에 대해 “심리검사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집단”이라는 오해까지 인터넷을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유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회장으로서 저는 제57대 임원진 및 학회원들과 뜻을 모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임상심리학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온갖 난맥상들에 대해서 ‘쾌도난마(快刀亂麻)’의 자세로 적극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둘째, ‘학회가 학회원들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일례로, 저희 제57대 임원진은 임상 현장에서 선의의 학회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강구해 나가겠습니다. 현재 심리상담 현장에서 학회원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온갖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내담자가 자해나 타해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경우, 학회원들은 내담자의 보호자나 심리상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심각한 비난과 더불어 부당한 책임추궁을 당하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이러한 불의의 상황에서 선의의 학회원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저희 제57대 임원진은 선배들의 지적인 유산을 발판으로 삼아, 선의의 학회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적극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AI 기반 임상심리학 모델’을 개척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소명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AI를 활용한 임상심리학적 연구와 더불어 AI 기반 임상심리 서비스 모델을 개척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 제57대 임원진은 우리 학회원들의 집단지성이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는 임상심리 기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저희 제57대 임원진에게 주어진 1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은 시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제57대 임원진과 학회원들이 힘차게 연대해 분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경우, 그 1년은 가시적인 성과를 남기기에 충분한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학회에 기여하기 위해 저희 제57대 임원진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기대할 수 없는 것’ 등을 구분하는 지혜를 발휘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저희 제57대 임원진은 학회원들과 협력하여 임기 내에 한국 사회에서 ‘임상심리학이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의 역할을 하는 길’을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게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한국임상심리학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커다란 자부심으로 저희 제57대 임원진이 저희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 모든 학회원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이만 취임 인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 10월 16일
제57대 한국임상심리학회장 고 영 건
학회장 사인